KOREA/2021

서울 회현/명동 맛집 스웨덴 음식점 헴라갓 Hemlagat 간 썰

최연실 2021. 11. 13. 16:55

서울에 커플링을 맞추러 올라간 김에(커플링 맞춘 썰: https://googoogoogoo.tistory.com/1) 서울에 처음 가보는 남친을 위해 여기저기 구경을 다니기로 했다.

 

서울에서 방문해볼 곳을 여기저기 찾던 중 남친이 발견한 스웨덴 가정식 레스토랑 헴라갓(Hemlagat). (참고로 헴라갓이라는 상호명은 말 그대로 집밥이라는 뜻이다. Hem은 집, lagat은 음식.) 스웨덴 음식을 콕 집어서 하는 곳이 상당히 드문 데다 반년 간의 한국 생활 덕에 스웨덴 음식이 간절했는지 꼭 가고 싶다는 남친의 말에 서울에 올라간 날의 저녁 식사를 헴라갓에서 하기로 했다.

 

헴라갓 전경

 

헴라갓에 도착해 부푼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간 우리가 마주한 것은 예약이 다 차서 자리가 없다는 슬픈 사실이었다. 내가 직접 검색해서 찾은 식당이 아니라 유명한 곳인지 전혀 모르고 있어서 예약이 필요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나에게는 날벼락이었다. 심지어 우리 일정은 토요일에 서울에 올라가 월요일에 내려가는 2박 3일 일정이었는데 일요일과 월요일이 휴일이라 다른 날 다시 올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가게에서 나와 풀 죽은 남친을 달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포장이라도 되는지 물어볼까 싶어 다시 들어가 사정을 설명드리니 사장님께서 지금 있는 손님들 중에 한 팀이 곧 빠질 것 같은데 조금 시간이 걸려도 괜찮다면 기다려 보시겠냐고 하셔서 기꺼운 마음으로 대기를 시작했다.

 

가게 밖 테이블에 앉아 사장님께서 서빙해주신 물도 마시고 사진도 찍고 카톡으로 받은 커플링 디자인화도 보면서 시간을 보내다 마침내 식당에 입장했다. 사장님께서는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심지어 예약석 중 하나는 노쇼였음....) 연신 사과하셨지만 연휴 첫날에 예약도 안 하고 달랑달랑 간 건 우리 바보짓이 맞는 데다 남친이 그토록 기대하던 스웨덴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기쁨이 커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식당에 들어간 우리가 선택한 메뉴는 각각 숏불라르(köttbullar, 미트볼)와 앨기스카브(älgskav, 엘크 사슴 고기)였다. 메뉴판 사진을 찍는 걸 깜빡했는데 숏불라르가 2만 9천 원이고 숏불라르가 3만 5천 원 정도 했던 듯.... 주문을 하자 먼저 사진과 같은 전채 메뉴가 나왔다.

 

오이 샌드위치와 샐러드

 

그 후 남친이 주문한 숏불라르 메뉴는 미트볼과 브라운소스, 링곤베리 잼, 매시드 포테이토가 한 플레이트로 나왔고 내가 주문한 앨기스카브 메뉴는 엘크 사슴 고기를 메인으로, 칼집을 내 구운 감자와 링곤베리 젤리 그리고 겨자가 들어간 크림 버섯 스튜가 한 플레이트로 나왔다.

 

앨기스카브

 

남친은 당연히 스웨덴의 맛이라며(특히 매시드 포테이토가 완벽하다고 했다) 행복해했고 나도 맛있게 먹었다. 앨기스카브는 전반적으로 좀 슴슴한 느낌이었는데 의외로 별 기대도 없었던 크림 버섯 스튜가 엄청난 미미(美味)였다. 그 고소짭짤쫄깃한 와중에 들어오는 겨자의 킥은 안 먹어보면 설명이 안된다. 이거 쓰고 있으니 또 먹고 싶다. 그 크림 버섯 스튜만 단독 메뉴로 해주셔도 사 먹을 듯.

 

그리고 스납스라는 스웨덴의 전통 술도 샘플러가 있길래 주문했다.

 

(스납스 사진)

 

처음에는 샘플러를 두 개 시킬까 했는데 사장님께서 두개는 많을거라고 하셔서 하나만 시켰고 사장님 말씀이 다 맞았다. 스납스 샘플러는 여러 종류의 스납스를 샷으로 서빙하는데 한 샷이 두세 모금 정도는 되고 술이 상당히 독해서 샘플러 하나로도 두 명에게 충분했다.

남친은 스납스로도 모자랐는지 애플사이더도 시키고싶어했는데 품절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수입이 잘 안되는게 많다고 하셨다.

 

후식 겸 술안주로 실(sill, 청어 피클) 플래터도 시켰다. 나는 스웨덴에서 머스타드 소스에 절여진 것만 먹어봤는데 이 플래터에는 머스타드는 물론이고 식초에 절여진 것, 토마토 소스에 절여진 것, ~~~~~ 까지 네 가지 종류의 실과 곁들여 먹을 빵이 나왔다. 스웨덴의 추억이 되살아나는 맛이었고 개인적으로 토마토 소스가 제일 맛있었다.

 

(실 플래터 사진 - 알렉스한테 달라고 하기)

 

이렇게 두명 치고는 거창하게 먹고 마신 결과 다 먹을 쯤에는 배가 불러서 거의 역류할 지경이었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사장님이 주신 머랭 과자로 마무리를 하고 일어섰다. 마지막에 스웨덴인 사장님과 남친이 대화를 나누었고 식사 중에 남친이 귀엽다고 했던 달라호스가 그려진 나무 스푼을 선물로 받았다. 감사합니다!

 

우리가 먹는 내내 예약을 안하고 방문했다가 돌아가는 팀을 3~4팀 정도 본 것 같다. 아무래도 가게가 큰 편이 아니고 유명한 맛집인듯 하니 우리처럼 멍청히 달랑달랑 가지 말고 예약을 꼭 하고 가시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앞에도 언급했지만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