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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2021

수면다원검사 받은 썰

최연실 2021. 11. 13. 17:32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정서적인 문제로 수면 생활에 문제가 많았는데 대학교랑 대학원에서는 어째저째 조절하다가 요새 석사 끝나가니 배터리가 다 됐는지 사람이 도대체 아침에 일어나질 못하겠어서 으른의 경제력으로 수면다원검사를 받으러 갔다.

 

으른의 경제력

 

일단 수면학회 사이트에서 수면다원검사를 하는 병원을 찾아 부산백병원에 갔다. 첫 진료에서 내가 느끼는 불편감을 구구절절 얘기하고 몇 가지 질문(알고 보니 주간 졸림증에 대한 질문이었다. 10점인가를 넘으면 주간 졸림증이 있음으로 판단하는데 나는 운전 시 졸림에 대한 한 항목을 제외하고도 이미 12점이었다.)에 답하고 목구멍도 살펴보고 그랬다. 그 결과 편도가 커서인지 뭔지 보험 적용이 된다고. 의사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젊은 정상 체중 여성이 수면 중 무호흡증이 있을 확률은 크지 않지만 편도도 크고 턱도 작은 편이니 일단 검사는 한번 해보자고 하셨다. 그렇게 검사 날짜를 잡고 검사 당일 잠자리가 바뀌어 잠을 못 잘 경우에 대비해 수면제를 한 알 처방받고 검사 전까지 해가야 할 설문지까지 받아서 귀가했다.

 

검사 날 필요한 준비물은 세면도구, 수건, 검사설문지, 수면제인데 나는 검사 날 일찍 퇴근하고 집에 들러 샤워하고 간 데다 다음 날이 토요일이라 검사 후 바로 귀가이기 때문에 세면도구는 굳이 챙기지 않았다. 혹시 수면 다원 검사 전에 머리를 감고 간다면 꼼꼼하게 말리고 가기를 추천한다. 시간이 없어서 머리를 못 말리고 갔는데 검사에 필요한 전극을 붙일 때 전극을 붙이는 접착제가 수용성이라 머리에 전극이 안 붙어서 여러 번 다시 붙였다.

 

검사실은 침대와 세면대, TV와 옷장이 있고 화장실이 옆에 딸려 있는 단순한 방이었다. 검사실에 도착해서 검사설문지를 검사자분께 드리고 옷을 갈아입고 간단한 검사 설명을 듣고 검사 시작까지 휴식을 취했다. 나는 보통 새벽 1시~2시경 잠드는 편인데 그때 검사를 시작하기는 너무 늦기 때문에 12시에 검사를 시작하기로 하고 검사 시작 전 깨어있을 때 상태를 관찰하기 위해 9시쯤부터 혈압을 재고 전극을 부착했다. 그 후 검사 시작 시간이 되면 불을 끄고 본격적인 수면을 위한 환경이 조성된다. 전극은 머리, 관자놀이, 쇄골 아래, 다리 등에 여러 개를 붙이는데 선이 많다 보니 자다가 떨어지기도 하고 선이 걸려서 불편했다.

 

검사 시작을 기다리며 영화를 두 편 봤는데 첫번째 영화인 퍼펙트 케어는 전극을 다느라 끝을 못 보고 다른 하나인 코난 극장판 이차원의 저격수는 검사 시작하느라 못 봤다. 분하다.... 조만간 다시 볼 거다.

 

여하튼 뒤척거리다가 겨우 잠들었는데 잠자리가 낯설어서인지 전극이 거슬려서인지 또 깨서 결국 새벽 두 시경에 수면제를 먹고 다시 잤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전극을 떼고 머리를 감고 귀가했다.

 

전극을 다는데 손도 많이 가고 검사 내내 검사자분이 상주해 계셔서 이거 보험 안되면 무지막지하게 비쌌겠구나 싶었는데 역시 영수증 보니 보험료 커버되는 값까지 해서 75만 원짜리 검사였다. 이걸 15만 2천 원으로 받을 수 있다니 좋은 세상이다 싶다.

 

검사 결과는 일주일 후부터 들을 수 있는데 나는 대학병원이다 보니 예약 잡기가 힘들어서 2주 뒤에 들었다.

검사 결과는 너무 양호해서.... 모범적인 수면 상태에 대한 표본으로 쓰고 싶을 정도라고....

 

사실 중학교 2학년때부터 불면과 주간 졸음이 너무 심해서 이 검사를 통해 제발 뭐라도 나왔으면 싶은 심정으로 간 거였는데 내가 그렇게 잘 잔다니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아마 내 수면에 대한 문제는 몸의 문제보다는 우울이나 불안에 기반한 게 더 크지 않나 싶다.

 

일단 수면 무호흡은 없지만 주간 졸림 증상이 있고 내가 항상 피곤함을 느끼기 때문에 일단 멜라토닌 처방을 통해 수면 패턴을 조절해보기로 했고 수면일기도 받아와서 매일 기록 중이다. 빛 치료도 병행하면 좋다고 하셨지만 아침에 30분 동안 빛을 쬐고 있을 시간이 없어서 일단은 멜라토닌부터 시작하는 걸로....

 

수면일기

 

근데 내 수면 패턴을 수면 일기를 통해 일목요연히 보니 더더욱 확실해지는 게 이따위 패턴으로 살면 코끼리도 못 버티겠구나 싶다. 일단 다음 예약까지는 열심히 기록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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